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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아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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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싱그러운 오월의 호숫가에서
소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눈부신 햇살을 비집으며
그 햇살만큼이나 눈이부신 소녀가 걸어왔지만
소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을 조롱이라도 하듯
소녀는 짙은 봄내음을 풍기며 깔깔걸렸지만
소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뾰로통해진 소녀가 소년에게 다가갔지만
소년은 투명한 소녀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소녀가 소년의 곁을 떠나
처음처럼 멀리 눈부신 햇살속으로 묻혀 보이지 않게 되자
소년은 말없이 수줍은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소년마저 떠난 싱그러운 오월의 호숫가에
소심한 벙어리 소년의 슬픈 첫사랑처럼
새하얀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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