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엿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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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먹고 걸쳤던 화려한 일과 명성도
모래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광야,
의미가 있었던 건
나 자신속에서 우러러 나왔기보다
그것을 의미로 받아들였던 세상이
나의 주위를 맴돌며
장단을 쳐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본성적으로 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무의미로 발견되는 곳,
그곳이 바로 광야입니다.
광야에서 의미를 잃는 것은 곧 죽음,
그 죽음속에서 또 나아가는
광활한 무의미의 바다,
세상과 나는 희미해져 가고
이제 하나의 무의미로서 서로 마주봅니다.
빈손 내밀어 세상과 악수를 나누는 곳,
그곳이 바로 광야입니다.
모든 방향을 잃고
사막 한가운데서 방황하다
한줄기의 빗소리에도
그 반가움을 금할 수 없는 곳,
따가운 햇살을 피해 바위틈에 앉았다
곱게 얼굴 내민 풀 한포기로도
그 기쁨을 감출 수 없는 곳,
한 얼굴이 몹시 그리워
그 밤새 잠못이루어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곳,
세상이 어여쁜 신부의 얼굴로
반가이 나를 맞이하는 곳,
그리고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
그 곳이 바로 광야 입니다.
19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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