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릿골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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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릿골의 가을
쪽쪽 빨강 단풍으로 입술 진하게 칠하고
쓱쓱 노랑 은행으로 얼굴 단장하고
황금색 동네 어귀 만찬장으로
수많은 철새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
파란 청모자 깊게 눌러 쓴 아래
부끄럽지도 않는 듯
팔뚝만한 하얀 속살 빼꼼히 내밀며
몸매 자랑하는 무와
굼실대는 연노랑 어린 잎들을
다소곳이 품고 또 품으며
부풀어가는 두둑한 배속을
동그마니 가다듬는 배추가 뛰노는 곳.
쫘르르 쏟아지는 햇살 아래
참새들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화가의 거침없는 붓질로
초릿골의 가을은 여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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