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여름 한 복판에서 가을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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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끝에 비가 옵니다.
괴여있던 있던 물이 봇물 터져 흐르듯
어제부터 하염없습니다.

마을도 흠뻑 비맞이를 했습니다.
골목을 따라 끊임없이
도랑을 만들며 빗물이 흐르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떨어져 나간 창문으로
빗물이 탁탁 튀겨 들어갑니다.

골목 바닥 갈라진 틈새에서
더위에 주눅들어 있던 질경이가 일어서고
달개비도 목을 축이며 손을 뻗습니다.

이제 비가 그치면
눅눅한 시간도 볕에 널어 말리고
더위의 기승도 수그러들까요?

설령 이 여름이 막바지 열풍을
땀흘리며 품어내더라도
입추(立秋)가 코앞입니다.

머지않아 아침이나 저녁 바람 끝에
얼핏 가을이 묻어나곤 할 것이고
가을이 성큼 걸어들어 올 것입니다.

여름 한복판에서 가을을 봅니다.
당신이 성심껏 여름의 초록이었듯이
어김없이 당신은 맑은 가을일 것입니다.
당신이 바로 입추(立秋) 이야기를 가져온
가을편지입니다.


* 며칠 후면 입추(立秋)입니다.
여름도 머지 않아 할도리를 다하고
가을맞이를 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우리의 여름도 이렇게 깊어가고,
가을도 이렇듯 우리 안에서 시작되고 있는 셈입니다.
팔월하늘은 아직 뜨겁고 치열할 것입니다.
들녘의 곡식도 마저 보듬고, 밤송이도 여물게 하고
그렇게 고추도 붉게 익어갈 것입니다.

비가 언제 잦아들까요?
오늘 저녁엔 우산 펴들고
휙 부는 바람에 얼굴로 튀는 빗물을 느끼면서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시지요.

낙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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