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대로 할 도리를 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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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슥 소리를 내며
나무 숲이 흔들거리는 동안
더러 초록바람도
흐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넝쿨 손을 뻗어 담장을 넘어서던
호박잎이 어깨 힘을 빼고 풀죽어 있던 한 낮
후두둑 소나기가 한 바탕
버럭 소리를 지르며 지나간 자리에
아마 초록 신명이
춤추듯이 흔들거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뜯어놓은 푸성귀 쌈으로
점심을 배불리고
듬성등성 이가 빠진
가난한 포도송이를 기웃거리다가
행복한 졸음을 쫓던 오후녘
게으른 걸음으로 근처 논두렁 길을 걸었을 겁니다.
익숙한 들풀들이 다정하게 앉아있고
그 곁에 있던 개구리는
낯선 발소리에 놀라 급하게 개울로 뛰어들고
풀벌레도 발등을 간질이며
폴폴 날아오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해 여름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저녁 밥짓는 연기가 고소한 냄새를 안고
여름 하늘로 차분하게 퍼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 어제가 중복이었다네요. 많이 더우시죠?
이제 더울일만 남았습니다.
일은 여전하고 분주하고 바삐 돌아갑니다.
어느날 당신의 여름이 이렇듯 한가롭고
여유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분주하고 게다가 더운 시간이 계속되는 여름
잠깐 씩이라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록 바람같은 마음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여름은 성심껏 제 할도리를 다하게 하고
당신은 당신대로 부채바람 일으키며
나름대로 의미롭기를 바랍니다.
낙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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