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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뼈가 시린 아픔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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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가 시린 아픔 속에서도 ***

늦 가을날 뱀사골에 비가 내린다
오후 늦은 시간에 걷는 사람 혼자뿐...
25kg의 무거운 짐을 지고 게곡을 따라
한발한발 걸음을 옮긴다.

이미 말라버린 단풍잎을 바라보다
비가 눈이되어 내린것을 깨닭는다.
시간이 갈수록 산을 오를수록
눈이 되어버린 하얀것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첫눈이 내린길을 발자욱 하나둘 만들며,
길을 만들며 오른길이 어린아이 모양 즐겁다.
머리위에도 배낭위에도 하얗게 쌓인것을
산장에 도착해서야 깨닭았다.

차가운 날씨에 땀이 등어리를 흥건이 젖시고
이마에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가을 넘어 겨울에 들고 보니 깊은 호흡을
하면 저 밑구녘 부터 시려옴을 느낀다.

따뜻한 커피한잔에 마음과 몸을 녹이고
입안에 엷은 향기를 머금고 아직도 넘어야할
길이 있음에 어두워져가는 산세를 가늠해본다.
하루밤은 임걸령에서 지내야 할텐데.....

해는 이미 자신만이 빛을 발하며 땅속으로
들어간지 오래고 달은 코배기 조차 보이지 않고
길을 밝히는 것은 하얀눈 이로구나!
길은 있으데 나아갈 길이 없어 그져 어림짐작으로
잠자버린 나무을 붙잡고 길을 묻는구나.

등선을 넘어 반야봉을 옆구리에 끼고 보니
임걸령이 코앞이라 나의집에 돌아온것 처럼
어두운밤에 거품있는 입가에 미소가 생기고,

여름이면 소금끼있는 얼굴을 씻어주고
갈증에 시달림을 씻어주던 옹달샘 하나
계속 내린 눈속에 파뭍혀 얼어버리고
배낭에 달고온 물통마져 꽁꽁 얼어버리고 말았다.

두손으로 하얀눈 담아 입안 가득 밀어넣고
와작와작 씹어보니 산삼을(?) 얻어 먹은듯이
힘이 솟는다.

눈위에 텐트을 치려고 보니 가방에 끈이 하나도 없고
텐트도 홋겁데기 뿐이로구나...
지난여름 쳐놓았던 썩은 새끼줄 걷어모아서
간신이 치고 나니 눈보라 매몰차게 얼굴을 때린다.

얼어버린 등산화와 양말을 가스불에 녹이고
고기한점에 독한술 한잔 마시고나니 여름날 장마철에
이끼폭포에 물쏟아지듯이 졸음이 몰려온다.
아니된다. 아니된다. 자면는 동태가 된다!

여름 침낭에 몸을 눕히고 보니 10분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구나.
뼈마디 마다 강한추위가 살집을 헤집고 뼈을 아프게 한다.
그리운 사람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살을 맞대고 비비기라도 할텐데.....

기나긴 겨울밤 뼈를 후비는 추위와 싸우다보니
날은 어느새 밟아오고 강한 바람도 잠들고
아침 햇살이 눈위에 축복을 내리듯 온 세상이
환한 광명이로다!

간밤에 불던 눈바람에 나의 짐들은 사방으로
널부려지고 계곡마다 눈이 가득가득 쌓였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길을 만들며 아침햇살을
등에지고 나아가니 노고단이 앞을 가로 막는다.

산장에 닿고서 라면하나로 얼었던 마음과 몸을 녹이니
그자리에 꼭꾸라지고 마는구나.
이제야 간밤에 꾸지 못했던 꿈을 꾸기시작 하는가보다.

이 더운 여름날에 아직도 뼈마디가 시림을 느낀다.

*** 1990년도의 지리산 산행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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