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흙을 밟고 서니.....
주소복사

이른새벽 눈비비고 일어나
어설프게 지게를 짊어지고
작대기로 자린공을 한번씩
칼로 자르듯이 휘두리며 산을 오른다.
어제 늦은 시간에 대밭에 설치한
대나무 수액을 받으려고
신은 장화에 이슬을 감기며
조용한 야산길을 걷는다.
새들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나보다
고요한 산길이 부담스러워
헛기침을 하고 작대기로 땅을 두드려 본다.
한해에 몇번씩 이길을 오르지만
아직은 정이들지 않았나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이곳 대밭이 나는 좋다
서산으로 해가 해설피 넘어갈 때면 더욱 좋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이곳이 친정이요
마음의 안식처 이다.
가끔 대밭에서 일하다말고
칠천도를 바라보며 몽상에 젖을 때가 있다
어젠가는 이곳에 작은집 짓고
대밭에 심은 찻닢 따다 찻잔에 띄우고
작은세월 벗삼을 수 있을까?.....
밤사이 대나무에 씌워논 비닐봉지 마다
수액이 가득가득 하다
거두(톱)로 베인줄도 모르고
조금이라도 더 자라기위해 얼마나 많은 양분을
밤사이에 땅에서 흡입 했을까?....
통에 붓고 대나무 마디 사이에 고인물을 가만히
입을 대고 마셔본다
혀끝에 감칠맛이 착 감긴다.
고로쇠 보다도 좋다는 대나무 수액
이른 아침에 공복에 감로수 한잔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마음과 머리가 다 맑아지는 듯하다.
한말 반을 지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물이 새 등어리가 젖고 바지가 다 젖어도
기분좋은 아침이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양파밭은 가물어 땅이 버석버석해도
한 이랑 다 뽑고 나니 이마에 땀이
맺히고 뻐근한 허리 한번 펴고
하늘 한번 쳐다 보니 시원한 작은 바람 불고
양파뿌리에 묻어나온 흙에는 물기가
조금은 있어 맨발로 가만히 밟아보니
이곳이 바로 인간의 고향이라.
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때 보다 간절 하니
밟은 흙이 더욱 그리워 진다.
도시의 생활에서 하나를 구하니 하나가
더 필요하고 욕심 하나 더 생기고
마음이 가난해지고..
농촌에서 하나를 버리니
하나가 또 필요없고 욕심이 없어
마음이 넉넉해 지는것 같다.
아직은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버릴것은 버려야 다른것을 얻을 수 있을것 같다.
몇일 다녀온 친정길이
남은 인생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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