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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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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이른 봄 땅은 살아 있다
생명의 꿈틀거림을 가진 채
몸을 들썩이며 숨을 쉰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어제 저녁 보지 못한
싹이 기지개를 폈다

세상 앞에 서 있는 게
혼자서는 힘들 다는 걸 모른 채
누구의 품도 없이 섰다

뜨거운 태양 앞에
몸을 내둔 여름 보다
추운 서리 내리는
가을의 고독 보다

싹은 거대한 몸집에
뜨거운 숨을 몰아 쉬는
인간들에게
몸을 눌리고 가지가 꺾이며
고통에 몸부림 쳐야 했다

깊은 겨울이 찾아 왔다
싹이 있던 자리엔
고개를 푹 숙인 채
숨이 끈긴 생명이 있을 뿐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오면
그 주위엔 다가올 고통을
감당할 생명이 설 것이다

한 생명이 죽고
다른 한 생명이 죽고 나서
이른봄의 땅이 찾아오면
인간이 주는 고통조차
감싸줄 생명이 기지개를 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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