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귀앓이
주소복사

누군가가 빗 속에다 숨겨놓은 비밀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다.
전기줄의 울음마저도 음악이 되어버린
오늘, 비가 쏟아지는 날
손을 댈 수도 없이 성이 나버린
내 왼쪽 귓바퀴의 아우성 때문에 나는,
내 목소리에 조차 소스라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눈 앞에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빗줄기의 굳게 닫힌 입술만 보일 뿐
그 소리에 욱신거리는 내 귓바퀴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나는 사실 소리를 느낄 수 없다.
누군가가 빗 속에다 숨겨놓은 비밀
그것을 찾기 위해,
이 비가 그치면,
나의 귀앓이가 멎으면,
바닥에 흥건히 흩어진 이야기들을 주워 담으리라.
알지 못한다면 알지 못한다면
내 귀앓이의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면
닫혀진 창문 유리창에 귀를 대고
다음 비가 쏟아질 날을 기다릴테다.
울음에 지쳐버린 전기줄이 가끔
창문에 대고 무어라 속삭인다.
또 한번 음악을 연주하려나 보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