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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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콘크리트 구조물들 사이로,
아침 안개를 뚫고
희미하게 비치는 실낫같은 햇살 사이로
유령처럼 허공을 떠도는
떠나버린 이들의 망각된 한숨들…
회색빛 공단을 떠나질 않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주저하지 않고 달려드는 창끝같은 세상
내 몰린 자들에게 쏟아지는
굶주린 들개의 눈빛보다 강렬한 살기
공포에 질려 뒷걸음 치다
세상을 등지고 바퀴벌레가 된다
로마의 용감한 병사처럼
분주하고 화려한 도심은
승자들의 시가전으로 출렁이고
음습한 골목의 곰팡이 핀 쓰레기장엔
바퀴벌레들이 득실댄다
세상에서 버려진 배설물을 밤새껏 먹다가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청소차가 달려오고
세상은 깨끗이 청소된다
미화원 아저씨들 쓸고, 담고…치워버린다
그 어디에도 바퀴벌레가 없다
다시 화려한 도심의 시가전 뒤에는
그래도 바퀴벌레는 다시 또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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