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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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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2001.11.0. 밤 : 생활관에서 수정

밤 12시가 낳은 고요에
새벽은 무심코 달리다
레일 위에 간간히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며 씩씩거린다.

하늘은 단잠이 부스러져 박힌 자욱으로
낮의 얼굴보다 더욱 푸르다.
또한, 고요함을 두드리며 공기의 터널을 만드느라
세차게 다져진 철바퀴의 꿈보다,
지친 가슴의 멍울보다 푸르다.

새벽이 오려나 보다.
제깟 것이 오려면 좀 더 있다 올 줄 아는데
벌써부터 저 난리를 치는 것을 보니
꼭 가끔씩 요동을 치며 지나가는 무식한 쇳덩어리처럼
앞 뒤 안가리고 몸부림을 치는 중인가 보다.
그래도 아침은 터를 다져 놓은 새벽 하늘을 확인하고서야
배부른 낮짝을 들이민다.

고요함이 좋다.
내 삶의 대부분은 정적과의 해후이다.
저것으로 갈아타면 체면이나 안타까움같은 점잖지 못한 것들과 잠시 이별이며,
밤이 되어서나 두려운 적막을 틈타 공기를 찢고 나타나,
어두운 세상으로 나를 내동댕이 칠 것이다.

밝은 낮에는 별을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밤에 가진 희망으로 새벽도 보고,
빠르게 지나가는 들판에 버려져
아침까지는 어찌어찌 의식을 잃지 않을 것이다.
10월보다 울긋불긋한 산이며 들의 11월은
밤이더라도 내게서 지나가 버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저를 버린 적이 없으니
전철에서 내리면 내 웃음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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