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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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숨 없이 매달린 가지에 초록의 싹이 움트듯
겨우내 움츠린 어깨위로
따스한 숨결에 사랑을 기억해낸다.
여름이 오면
터져오르는 싹눈망울들 힘찬 이파리로 피어나듯
가슴을 밀치는 숨 한가득 펼친 가지 끝까지
퍼붓는 단비에 사랑을 적시어 세상을 담군다.
가을이 오면
바삭이며 감상에 흘러 넘치어
바람에 물오른 갖은색에 취한
붉거나 노란 커튼으로 사랑의 방을 가린다.
겨울이 오면
손이며, 발이며, 함부로 어디 딴데 못가도록
희게, 또는 새하얗게 오감이 현혹되어
눈내린 골짜기에 잔숨으로 웅크린
보금자리의 사랑이 따뜻하다.
내가 서있는 봄바닥은
여름하늘을 그리워하는 사랑의 아쉬움의 바다.
나는 아무래도 이제는 계절의 흐름에 익숙하여
사랑도, 혹은 정열도 그냥 웃음치는가 보다.
맑은 하늘을 기껏해야 몇번 보겠다고
이 봄에 가을걱정, 겨울걱정 골고루 잊지 않고
이제사 싸늘한 겨울, 차가운 얼음의 땅에 한기를 느끼곤
봄이 아직은 코끝에 와 닿았으며,
가지 끝을 그슬리며 하늘에 떠 있을 뿐이라는 마음에
조심스레 앉아 신을 신는다.
얼음아 박힌 땅을 밟고 서서
아직 나의 땅에는 봄이 나리지 않았음을 안다.
세상에 꽃이 가득해도,
산마다 물감올라 색으로 찬연해도,
당신이 찾아 와주지 않는 나의 대지는
아직도 처연한 겨울의 막바지에서
가을의 감상도, 여름의 단비도 남의 것임을 느낀다.
사랑하라는 절대명제는
해법조차 없는 숙제인지..
사계절을 시로서 몇번이고 보냈는데
아직 시는 나에게
사계절을 선물하지 않는다.
사랑은 몇개의 계절 건너에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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