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시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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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영상이 열리면
고양이의 눈을 황금색 호박으로 바꾸는
오월 햇살이 촘촘한 발처럼 내려 쳐진다.

삼면의 담이 베어 삼켜진듯 헐어버린
옛 세도가의 폐허가 득도한 노승처럼
늘 햇볕 향기가 난다싶은 시계꽃을
흐연 버짐처럼 안고 누웠다.

불룩한 뱃속에 몇년치 맛을 베고섰다가
아들네 조서방네 이서방네 객지가는 꾸러미에
푸다 보내던 우람한 장단지들은 어느 아파트
베란다를 서성대며 텅빈 가슴에 어둠을 담고있는지...
소꼽살림 차린 지집아이들의 깨맛소리만
부산하다.

일곱살, 아니면 여덟살 반...
눈부심으로 뒤척거리는 갈방이가 붉은 몸을
실은 유년의 단발머리, 젖을 갓 뗀 아기 동생의
울음을 막느라 엄마도, 아부지도, 언니도 되보지
못한채, 줄줄히 애민 시계꽃만 엮고섰던....

시계꽃은 따뜻한 햇볕의 냄새가 난다.
사람 모두가 나를 주시하지않던 시간의
무료함에 베여있던 순한 온기의 냄새로
문득 문득 그 유년의 마당으로 나는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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