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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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았다 서고
다시 앉고
시계 촛침 소리만 귀 고막을
두드리는 한가해 보이는 오후

잠결에 한 일도 유죄라고
곤한 새벽잠 깨워서
살벌하기까지한 소리들을 쏟아놓고
휑하니 나가는 사람을 보고도
늦은 아침이 되어서 일어나

서둘러 아침 미사를 보고
더 서둘러
학교에 와 게으른 당직을 서는데
잿빛 하늘이 하루내내
아침처럼 조용하면서
은밀한 부산함을 느끼게 한다

책 속에 빠져
첫장에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구구절절하기도 흥미진지하기도
한 얘기들은
멀미를 느낄 지경의 파장들이었는데

잿빛 하늘 위로
연한 노을이 번져
낡은 책상에서 출렁이는 지금
내가 서성이는 까닭은

잠결에 접어 두었던 휑한 새벽이
아직 억울해 죽겠다고
명치 끝에서 세차게
발길질을 하기 때문이지만

내 마음 억울하다고 하고
상대는 더 억울하다고 하니
터뜨리지 못한 말문은
만만한 가슴만 두드리고
난 그저 앉았다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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