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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그림자 - 또 하나의 자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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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또 하나의 자유에 대하여

빛으로부터 태어난 나는 어느 거리에서나
그 빛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더러 행인은 빛의 거리에서 나를 추방하려 하지만
나를 지울 수 있는 것은 빛일 뿐
한 무리의 패거리로 위협해도
똑 같은 숫자로 불어나
나는 저항한다

나의 습성은 굴지성, 땅을 지향한다
어둠은 나의 보호색으로
그 속에서 한 번도 나의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
침묵은 내가 태어나서 말을 잃을 때까지
고수해야 할 계율이다
나의 언어는 가끔 手話로 표현되기도 하나
그것은 나만의 陰畵로 누구나가 쉽게 판독할 수 없다

내 출생의 기원은 태양계가 모습을 갖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 자신도 분명한 나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그 오랜 세월동안 다만 기억나는 것은
내 안에서 한 번의 세포분열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과
어느 곳에서나 나의 흡착판을 밀착시키는
연체동물로 살아왔다는 사실 정도이다

빛이 있는한
이 세상 끝까지 나를 밟고 있는
한 사내를 추적한다
집요한 나의 미행은 그를 놓친 적이 없으며
나의 보행법은 은밀해
단 한차례의 발자욱 소리나 기침 소리를 흘린 적이 없다

때로 너희가 나를 찾아 없애기 위해
보다 강렬한 불빛을 비춘다 해도
더욱 당당히 너희들 앞에 나를 드러낼 것이며
설령 나의 정체를 알아채고 올가미를 던져와도
나는 끝내 자유로울 것이다
빛이 사라지지 않는한 거리를 활보할 것이며
행여 빛이 사위로부터 사라진다해도
잠시 휴면하며 안식을 취할뿐
아무리 견고한 어둠상자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다
빛과 함께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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