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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무딘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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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딘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이 알아
달라진 음성 하나에도 마음 안 졸이고
건너 뛴 연락 한번쯤은
그러려니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게

당신의 한 마디가 비수가 아니고
자국이나 하나 남기고 가도 좋을
날카롭지 않은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과를 깎다가도
예리한 칼날에는
흰 속살에 선홍이 배여야만
상처를 눈치 채듯
나도 모르는 사이
깊은 곳에서 이미 상처로 벌어져 있을
그런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끝나는 날
마음에서도 모든 기억 내보낼 수 있어
알지 못하는 사이
깊게 패인 상처에 피가 흘러
소독약 대신
눈물로 치유해야 하는 밤이 없도록
조금은
무딘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럴 수 없음을 아는 까닭에
상처가 클지라도
아름답게 싸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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