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나는 빈 들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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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으로 가득한 만추에도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빈 들녘
잎마저 억지로 떼어 낸
한 그루 미루나무였습니다.

바쁘고 고되나
행복에 겨운 농부가의 흥도
더 이상 익을 수 없는
콩깍지 터지는 소리도
빈 바람 속에 흘리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허허로움 이었습니다.

그런때에
시베리아로 향하던 당신은
내 빈 가지에 앉아
더 이상 길을 열지 않고
둥지를 틀었습니다.

바람을 일으켜
내 스스로 둥지를 헐어 대고
당신의 날개에 상처를 내어도
무엇하나 아랑곳하지 않고
드디어 완성한 둥지는
너무도 견고하고 단단하여
내 힘 밖의 세계가 되어버립니다.

그 때부터
비로소 난 눈을 뜨고
굴절된 시각을 바로 하고
듣고 말하며
외면하던 것들을
내 안에 끌어드립니다.

난 빈 들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농부가를 따라 부르고
떨어진 열매를
도랑 위에 올려놓아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손에
기꺼이 쥐어 주고 있습니다.

미처 거두어지지 못한 열매라도
나로 부터 떨어진 잎새로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다음 봄에 뿌리 내릴
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백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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