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죽음
주소복사

당신의 시속에만 들어서면
며칠을 굶는다해도
포만감에 젖을 것 같았습니다.
당신 같은 시인이 되고싶어
그런 시를 쓰고싶어
당신이 아무렇게나 구겨버린 파지까지도
존경했습니다
시상은 수없이 떠올라도 쓰는 것이 겁나던 나는
가장 편하게 시 쓰는 법을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더디 배워도 무식하다고 흉보거나
미련하다고 무색을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은
세상에 오직 당신 한 사람 뿐일 듯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둔한 내 머리까지도 어루만지며
열심히 내게 시 쓰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단 한 줄의 시도 쓸 줄을 모릅니다
그가 너무도 편하고 좋아
시를 배우는 시간까지도 그만 사랑했었으니까요
시계를 차고도
곁에 있는 그에게 시간을 물을 만큼
그는 나에게 친숙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나를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두려워서 아직 무슨 병인가도 알려하지 않는
그런 초췌한 모습으로
그는 내게 여전히 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진정 시 쓰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그가 없을 까마득한 날들을 그를 보듯
시나 쓰면서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게 늘 말했습니다
시란 그저 지금 품고있는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이라고요
당신이 떠나기 전에
이렇게 단 한편의 시를 쓰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열어 보이기 위함입니다
사랑했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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