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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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던 길을 멈추고 싶었다.
애초 가고자 했던 여로가 아니었고
알고자 했던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멈추고자 했을 땐
너무 멀리 그림자를 뿌려온 뒤였고
너무 높이 비상한 후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너의 전부를 갖고 싶었다.
가뭄에 안타까이 내리는 처우가 아니라
방주마저 흔적 없이 사라질 해일 속에서
세상에 버려진 모호 만한 공간이 있다면
너와 함께 추방되고 싶었다.
말을 아꼈다.
나를 들켜 너의 번민을 보느니
침묵으로 평온함을 보고자
이나마 허락되는 너를 안아야 했다.
네가 주는 행복 속에서
동반된 눈물까지 사랑하는 법을
나는 알아낸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너에게 분노가 되고 싶었다.
가장 사랑할 때 떠나서
가장 큰 분노로 기억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젠 늘 벼르던 그것마저 잊었다.
네가 주는 모든 언어에 자아가 상실된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너를 더 사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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